현대, 속도의 시대를 추적하기

강덕봉
  지금 우리의 삶은 속도의 가속화로 이리저리로 이동하며 ‘더 빠르게’ ‘더 높이’를 열망한다. 그러나 우리를 우리의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했던 가속은 우리가 기대하던 탈출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끊임없는 불안정한 상태임을 자인하면서 결국 우리 스스로 안정을 갈구하게 하며 척도와 규범을 요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모순적 구조는 ‘좀 더 빠르게’를 외치며 지금의 속도에 만족하지 않게 하며 이내 그 속도에 다시 내성을 생기게 하여 더 빠른 속도의 욕망으로 순환시킨다. 이제 권력은 총구가 아닌 속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속도를 소유한 자가 바로 권력자가 되며, 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더 빠른 속도를 움켜잡기 위해 싸움을 벌인다. 이러한 속도는 오로지 출발점과 도착점만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 과정의 흐름들은 과감히 흘려보낸다. 빠른 속도에 의해 흘려보내진 그 과정의 흐름들을 잡아내는 것은 마치 우리가 빠른 기차에서 창밖의 스쳐가는 풍경을 체험하는 순간과도 유사하다. 빠른 속도에 의해 소멸되고 단지 남는 것은 시각에 남아있는 이미지의 잔상들뿐이다. 그 속도는 세상을 보는 우리에게 일종의 착시까지 불러일으킨다. 나의 작품은 그러한 속도의 광기어린 욕망을 포착하는데서 출발한다.
  스피드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과도 같은 나의 형상들은 하나의 다발(cluster)로 존재한다. 다양한 크기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나의 형상들은 빠른 속도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한 잔상의 다발들이다. 더욱이 파이프의 형태적 속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흘려보내야만 하는 속도의 욕망을 적절히 반영한다고 본다. 반면 그 형상의 다발체는 단순히 각각의 파이프를 쌓아 올린 누적관이 아니라 하나의 단위이다. 그리고 나는 이 다발의 형상으로 속도가 마비시킨 그 과정의 흐름들을 관람자에게 다시 매개시키고자 한다. 이 지점의 관계들이 바로 내가 관람자와 대화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나의 형상들은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무언가를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을 다발로 잡아놓은 것이다. 그러나 스쳐지나가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 정지해 있는 나는 사실상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포착하는 순간 동안에 끊임없이 운동 중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의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속도를 갖는 흐름들과 접속 중인 것이다. 따라서 나의 작품은 각각의 형상들을 통해서 다양한 속도를 운동하며 스쳐지나간 것들의 실체들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즉 나의 작업의 요점은 단일한 속도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속도를 갖는 것이다. 말하자면 과정의 흐름의 운동을 지워버리는 속도에서 무언가와 마주침을 경험하고 그 마주침을 통해서 속도의 사이, 사이를 생성하는 것이다.
  일찍이 폴 비릴리오는 속도의 정치이론을 설파하며 현대사회를 분석하였다. 예컨대 그는 현대세계에서 속도가 어떤 양상을 띠고 어떤 작용을 하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속도가 행사하는 영향력과 지배력, 즉 속도의 정치학을 분석해야만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에게 속도는 권력 그 자체이며 속도와 권력은 분리될 수 없었다. 내가 주목하는 ‘속도’ 역시 비릴리오가 현대세계에서 가속화된 속도, 기술의 영향력 및 그 효과를 기술하려고 시도한 것과 유사하다. 비릴리오와 유사한 맥락에서 궁극적으로 나의 작업은 기술의 속도가 가속화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예술의 저항적 형태를 탐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를 거듭하면서 과연 저항의 창출 가능성을 넘는 대안이 가능한가를 또 다시 모색한다. 이를 위해서 속도의 시대인 현대를 추적하며 나는 끊임없이 순간적인 이미지들을 포착하며 다양한 속도와 운동 중이다.

Modern days, pursuing the age of speed

By Kang Duck-bong
  Our lives have been accelerated by the increasing speeds in which we travel, and because of this we have begun to yearn for things to be ‘faster’ and ‘higher’. However this acceleration in the pace of our lives does not help fulfil our expectations that we might escape our restrictions. Instead we find ourselves continuing to struggle to find any sense of security due to the rules and restrictions that increasingly need to be placed upon our lives, and we have begun to admit that we are in a state of constant insecurity. The contradictions in this structure leave us to deal with insatiable feelings whenever we encounter the call to ‘go faster’, and we have developed a tolerance for this accelerated pace, which has turned into a desire for an even faster speed of life. It is daring to say that power comes from speed, rather than arms. The soul with speed transforms into a man of power, and they willingly jump into the battlefield to grasp for more power and faster speeds. This velocity-oriented tendency places an emphasis only on the start and end points, brazenly overlooking the flows of the process in the middle. If we try and catch these overlooked processes we see something that resembles fleeting landscapes streaming past the window of a fast moving train. The details are missed out, and what is left are merely the afterimages of an overall visual impression. This velocity sometimes causes optical illusions to occur when we look at the world. My work begins by attempting to capture this absurd desire that we have for speed.
  The work, which seems to capture a scene out of a rapidly flowing film, takes the form of a type of cluster. Composed of pipes in a variety of sizes, they are clusters of afterimages, distilled momentarily in this rapid speed. Furthermore, the material qualities of pipe seem to reflect in an appropriate way our desire for speed, as it serves as a medium to keep something flowing continuously. The accumulated pipes also turn into a clustered unit. Through the form of the cluster I intend to mediate the paralyzed flow of processes with the viewer. This is the point where I intend to engage with the viewer.
  For example, the forms capture fleeting things in clusters. In addition to this, I have paid attention to the idea that, while observing them and trying to capture these moments, I am not in the state of staying still – I continue move as I am in the working state. Or, to put it another way, I am not caught in the midst of rushing from here to there, and from my vantage point I have access to flows that run at different speeds. Therefore, in taking different forms, my work is in the middle of grasping the reality of what these fleeting things in are in their various speeds. In short, my work deals with a variety of speeds instead of a singular speed. In another words, there are experiences of encountering something within the speeds that overwhelm their flows, and the encounters create gaps among speeds.
  Paul Virilio presented a theory of the political aspects of speed to analyze these modern times. Placing an emphasis on understanding what form speed takes, what function it serves, and what consequences it can bring about, he underlined the necessity of studying the politics of speed, analyzing its influences and its dominances. Virilio sees speed as being inseparable from power. The ‘speed’ that I have focused on is similar to what he argues in terms of the accelerated pace, its influences and the effects of technology in these modern times. In a context that is similar to Virilio’s view, my work ultimately explores the potential of aesthetic resistance, tracking the acceleration of speed in technology. Seeking an alternative form of resistance, I constantly work to pursue these times of velocity, capturing momentary images in various speeds.